의욕도 기운도 없는 요즘. 서귀포의 여름은 참혹할 정도로 덥고 습하다. 습도 99%. 튼튼한 사람을 물 먹은 솜뭉치처럼 무겁게 늘어뜨린다. 덥고 습한 기운에 인간은 지쳐가지만 풀은 그 기운이 산삼인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서귀포의 여름을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잘 지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 무성의한 잡초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용기. 그것이 없다면 수시로 관리할 수 있는 부지런함이라도 있어야 한다. 올 여름은 그래도 두 번째 여름이니 지난해 산 가정용 제초기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적어도 앞마당의 풀들은 내 무릎을 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떨었다. 장마가 시작되고 풀이 반대로 뻗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예초기를 돌렸는데, 20~30분 정도 돌리자 습기와 땀이 온몸에 가득 찼다. 지난주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김매기 작업을 했는데 풀이나 돌이 튀는 것을 막아주는 가드 부분에 풀이 많이 돋았다. 호스의 강한 물살로 가드 안의 풀숲을 씻어내고 나니, 개운해졌다. 몸은 조금 힘들지만, 그러면 개운한 맛이 나. 의욕도 기운도 없는 요즘. 서귀포의 여름은 참혹할 정도로 덥고 습하다. 습도 99%. 튼튼한 사람을 물 먹은 솜뭉치처럼 무겁게 늘어뜨린다. 덥고 습한 기운에 인간은 지쳐가지만 풀은 그 기운이 산삼인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서귀포의 여름을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잘 지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 무성의한 잡초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용기. 그것이 없다면 수시로 관리할 수 있는 부지런함이라도 있어야 한다. 올 여름은 그래도 두 번째 여름이니 지난해 산 가정용 제초기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적어도 앞마당의 풀들은 내 무릎을 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떨었다. 장마가 시작되고 풀이 반대로 뻗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예초기를 돌렸는데, 20~30분 정도 돌리자 습기와 땀이 온몸에 가득 찼다. 지난주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김매기 작업을 했는데 풀이나 돌이 튀는 것을 막아주는 가드 부분에 풀이 많이 돋았다. 호스의 강한 물살로 가드 안의 풀숲을 씻어내고 나니, 개운해졌다. 몸은 조금 힘들지만, 그러면 개운한 맛이 나.
뜰에 핀 버섯. 가정 마당에 이럴 수가 있나. 뜰에 핀 버섯. 가정 마당에 이럴 수가 있나.
이번 주 역시 기운도 의욕도 아슬아슬했지만 정글이 되어버린 뒤뜰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우주 만물의 기운을 모아 겨우 결심을 하고 긴팔 장화, 토시, 장갑, 모자, 안경을 장착하고 예초기를 잡았다. 현관문을 나서는 것이 운동의 가장 큰 문턱이듯 예초기도 옷을 갈아입고 예초기까지 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 예초기를 잡았으니 반은 한 셈이다. 그런데 예초기가.. 그래, 내 소중한 예초기가.. 반응이 없어. 배터리를 몇 번이고 껐고, 스위치를 몇 번이고 다시 누르고 위아래 중간을 다 봐도 반응이 없다…그 순간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 같았다. 업체에 문의했더니 물이 오면 수리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하고 가능하다고 해도 수리비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더 절망적이었다. 단지 기계 하나가 고장났을 뿐인데 기운이 없어졌다. 최선을 다해도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다. 하물며 예초기는 나의 불찰(물로 씻으면 안 된다)로 인한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데 왜 깊은 무기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까. 생각해보면 항상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기운과 의욕이 솟아날 때는 마음껏 자유롭고, 그렇지 않은 시기가 되면 스스로의 무력함과 무능함을 인정하지 않고 바닥을 긁어모아 힘을 다해 짜낸 기운으로 겨우 할 일을 한다. 결과는 당연히 평소의 절반도 안 되거나 아예 실패하거나. 그러자 팽팽하던 줄이 툭 끊어지듯 무기력한 세상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또 완충이 되고 자유로워지고 또 무력해지고. 항상 반복되는 패턴에, 항상 같은 모습으로 돌림차를 돌리기 때문에, 반복 또 반복. 이 반복이 좀 더 지겹기도 하고, 문제를 찾아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배되기 때문에 문제를 찾는 것도 이제는 좀 귀찮다. 현실은 그냥 기계 하나가 고장났을 뿐이고 그냥 또 새 걸 주문하면 되는데. 모든게 이렇게 심플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지나간다 #정보는 승리한다 이번 주 역시 기운도 의욕도 아슬아슬했지만 정글이 되어버린 뒤뜰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우주 만물의 기운을 모아 겨우 결심을 하고 긴팔 장화, 토시, 장갑, 모자, 안경을 장착하고 예초기를 잡았다. 현관문을 나서는 것이 운동의 가장 큰 문턱이듯 예초기도 옷을 갈아입고 예초기까지 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 예초기를 잡았으니 반은 한 셈이다. 그런데 예초기가.. 그래, 내 소중한 예초기가.. 반응이 없어. 배터리를 몇 번이고 껐고, 스위치를 몇 번이고 다시 누르고 위아래 중간을 다 봐도 반응이 없다…그 순간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 같았다. 업체에 문의했더니 물이 오면 수리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하고 가능하다고 해도 수리비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더 절망적이었다. 단지 기계 하나가 고장났을 뿐인데 기운이 없어졌다. 최선을 다해도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다. 하물며 예초기는 나의 불찰(물로 씻으면 안 된다)로 인한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데 왜 깊은 무기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까. 생각해보면 항상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기운과 의욕이 솟아날 때는 마음껏 자유롭고, 그렇지 않은 시기가 되면 스스로의 무력함과 무능함을 인정하지 않고 바닥을 긁어모아 힘을 다해 짜낸 기운으로 겨우 할 일을 한다. 결과는 당연히 평소의 절반도 안 되거나 아예 실패하거나. 그러자 팽팽하던 줄이 툭 끊어지듯 무기력한 세상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또 완충이 되고 자유로워지고 또 무력해지고. 항상 반복되는 패턴에, 항상 같은 모습으로 돌림차를 돌리기 때문에, 반복 또 반복. 이 반복이 좀 더 지겹기도 하고, 문제를 찾아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배되기 때문에 문제를 찾는 것도 이제는 좀 귀찮다. 현실은 그냥 기계 하나가 고장났을 뿐이고 그냥 또 새 걸 주문하면 되는데. 모든게 이렇게 심플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지나간다 #정보는 승리한다